그냥 요즘따라 시간이 지났다는 게 느껴진다.
예를 들어 5년 전이라고 해도 예전에는 그렇게까지 오래전이라고 느끼질 못했는데, 이제는 한참 전 옛날이라고 생각이 든다.
가물가물해지는, 단편의 동영상이나 사진으로 남은 기억들이 더더욱 아쉽고 예쁘다.
늙었나...?
작년까지는 괜찮았는데 갑자기 올 겨울 들어 많이 낡아 보이는 10년 전에 샀던 목도리.
9년 전에 선물로 받았던 목걸이는 체인이 끊어졌고, 6년 전에 만든 인형의 방울이 떨어졌다.
내가 20살 성인이 되면서부터 내 손으로 애정을 담아 만들고 고심해서 샀던 물건들이 이제 슬슬 부서지기 시작한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천천히 하나씩 낡아 망가지고 고장 났다면 이렇게까지 느끼지 못했을 텐데 요즘 들어 한꺼번에 부서지기 시작하니까 시간이 흘렀다는 게 더더욱 느껴진다.
시간이 지나 망가진 것들이 새것일 때로 돌아가고 싶은 건 아니다.
그냥 알아채지 못할 순간에 내가, 내 주위의 것들이 한순간에 낡아 버릴까 봐 그게 좀 무섭다.
이 기분이 뭔지 정확히 답을 내릴 수는 없을 것 같다.
무섭다? 아쉽다? 안타깝다? 서글프다?
그렇다고 우울하지는 않다.
목도리는 겨울마다 열심히 하고 다녀서 낡아 보이는 건 당연한 거고, 목걸이는 수리를 맡겼고, 인형은 방울도 새로 달고 표정도 새롭게 바꿨다.
언제까지나 처음 만난 새것 그대로의 모습으로 남아있을 수 없고 기대하지도 않는다.
그래도 시간의 흔적이 남아서 다른 모습으로 변한다면 그것 나름대로 괜찮지 않을까 싶다.
그러다 정말 부서지고 망가져 버려도 천년만년 후손에게 남겨줄 것도 아니고 보내줘야지.
그동안 날 잃어버리지 않고 따라와줘서 고맙다고 인사하고 보내줘야지.
조금 슬프고 약간 안타깝게.
+ 그리고 어쩌면 시간이 지난 모습이 더 나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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