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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합니다 6 / 신랑 예복, 초록색 예복을 찾아서

TureBest 2023. 9. 10. 20:31

내년 9월 결혼식인데 일 년 전부터 예복 준비하냐 놀린다면 할 말은 없다.
미리 말하지만 이럴 계획은 아니었다.
 
 

맞춤 양복? 기성 양복?

신랑 예복은 사실 어렵지 않다. (신부 드레스에 비해)
일단 맞춤복을 할 건지 기성복으로 할 건지 선택하고 색깔과 소재를 고르면 끝이다.
처음에는 맞춤 양복을 하려 했다.
언제 양복을 맞춰서 입어볼까 하는 생각도 있었고, 결혼식에 대부분의 것이 신부에게 초점이 맞춰져 있는데 (딱히 그렇지만도 않지만...) 신랑 예복이라도 온전히 자신의 것, 주인공이 되라는 의미였다.
 
맞춤 양복이 멋있게 들리기는 하는데 기성 양복을 선택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1. 맞춤은 재단을 위해 몇 번을 방문해야 한다.
2. 의외로 맞춤이 핏이 예쁘게 나오지 않을 수도 있다.
3. 같은 가격에 기성복의 질이 더 좋을 수도 있다.
4. 기성복도 몸에 맞춰 수선이 가능하다.

양복을 평소에 많이 입어서 본인에게 어울리는 핏을 알고, 소재도 잘 안다면 특별한 날을 위한 맞춤도 괜찮을 것 같다.
그런데 일단 오빠는 평소에 양복을 잘 안 입는다.
그래서 잘 모르는 영역인데 비싼 돈을 들여서 맞춤을 하는 게 약간 모험처럼 느껴진 것도 있었다.
 
물론 이건 내 생각이고 최종 선택은 오빠가 했다.
본인만의 선택 기준이 있었겠지만 아마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예복 구매 시기

계절 때문이기도 하고 아무래도 다이어트, 운동으로 몸도 바뀔 거니까 사진 찍기 한 두 달 전에 산다.
만약 맞춤으로 생각한다면 제작하는 기간 생각해서 한 두 달 더 일찍 준비하겠지만 그게 일 년 전은 아니다. 
 
검은색, 회색, 네이비 등 흔한 색의 양복을 선택할 거였으면 아마 웨딩 사진 찍기 직전에 사러 갔을 거다.
그런데 오빠는 원하는 색이 초록색 계열이었다.
내가 가끔... 아니 자주 놀리는 건데 오빠는 초록색 옷이 진짜 많다.
카키, 청록 등등 다양한 초록색이 있는데 처음에는 인식을 못하다가 이제는 본인이 초록색을 좋아한다는 것을 인정했다.
심지어 예복도 초록색으로 입겠다고 하니 말 다했지 뭐...
 
그린 계열의 양복이 어느 정도 비율로 있는지, 원하는 색이 있는지, 가격은 얼마나 하는지 정찰도 할 겸, 그리고 특정 브랜드에 마음에 들었던 양복이 있어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구경을 갔다.
 
 

예복 구경

구경과 정찰이 목적이었기 때문에 브랜드가 많이 모여있는 곳이 좋을 것 같았다.
그래서 아울렛 3곳이 모여있는 가산 로데오 거리로 갔다.
 
- 롯데팩토리아울렛 가산점
- 마리오아울렛
- 현대시티아울렛 가산점
 

 
평소에 전투복으로 입는 양복이야 아울렛에서 살 수 있다.
그런데 결혼 예복을 아울렛에서 사는 사람이 많을까 싶었는데 많이 있더라....?
본식 또는 촬영용 예복 구매하러 온 사람이 많이 보였다.
 
남성복 층에서 기웃거리고 있으니 바로 예복 찾냐고 물어보고 자연스럽게 촬영과 본식 시기를 물어보시니 좀 당황스럽긴 했다.
그렇게 티가 많이 났나...??ㅋㅋㅋ
심지어 지금 보지 말고 몇 개월 뒤에 다시 오는 게 낫다고 시기까지 친절히 알려주시니 감사하긴 했다.
사실 저희도 너무 빨리 보고 있다는 거 알아요 ㅋㅋㅋㅋㅋ
 
아 참고로 좀 젊은 이미지의 남성복 브랜드는 마리오아울렛보다 현대시티아울렛이 더 많았던 것 같다.
 
 

찾았다 내 그린..?

역시나 오빠가 원하는 선명하지만 차분한 다크그린 양복은 없었다.
거의 대부분이 회색에 초록 살짝, 네이비에 초록 살짝 이런 식이여서 색상 자체는 평범했다.
그 정도도 한 브랜드 안에 많아봤자 3개의 디자인 밖에 없어서 거의 없었다고 보면 된다.
초록색이 원래 이렇게 많이 안 나오는 색상인 건지, 아니면 아울렛이라 그런 건지 모르겠지만 잘 없다는 것을 확인했으니 후퇴하려고 했는데...
 
지나가다 우리를 붙잡은 친구가 있었다.
생각하지 않았던 지오송지오 밝은 녹색 양복!
 

어... 너무 예쁜데...?
오빠 한데도 너무 잘 어울리고...
심지어 세일해서 가격도 너무 착하고... (30만 원 미만)
 
원단은 잘 모르겠다.
정말 잘 모르는 영역이라서 뭐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색상과 디자인이 너무 예뻤다.
촬영할 때만 입고 본식에는 다른 옷 사도 괜찮으니까 마음에 들면 사라고 하려고 했는데 이미 오빠는 이 친구에게 넘어갔다.ㅋㅋㅋㅋㅋㅋ
일단 사진 촬영할 때 저 녹색 친구 입는 것은 확정.
 


진짜 멋모르고 얼렁뚱땅 결혼 준비하는 것 같다.
예복 후기를 찾아보는데 다들 원단이니 핏이니 브랜드니 너무 잘 알고 선택하는데 나는 글쎄... 모르겠다.
본인이 좋은 옷 입고 싶으면 입어야지.
근데 그날 신랑 예복 원단과 브랜드를 살펴볼 사람이 있을까?
옷이 너무 후들거려서 싼 티 나는 게 아니면 그날 하루 예쁘게 입는 게 더 좋지 않을까 싶다.
몰라. 입는 신랑이 결정하도록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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