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도전

결혼합니다 14 / 이것조차 마음대로 되지 않네 (feat.한복)

TureBest 2024. 7. 21. 20:35

(결혼, 혼주 한복 대여 후기 아님, 답답해서 쓰는 기록용+푸념 글임)
 
결혼식 준비하면서 계속하게 되는 말이 있는데 바로 '처음엔 이러려고 한 게 아니었는데...'이다.
애초에 결혼식에 로망이 없어서 반드시 꼭 해야지라는 마음도 없었고, 청첩장도 내가 직접 만들 생각이 없었고, 아직 만들진 않았지만 동영상도 내가 직접 만들 생각이 없다.
그래도 절대 안 한다는 마음은 아니었는데 딱 한 가지 입기 싫다고 미리 얘기한 게 한복.
폐백 때문에 입어야 하는 게 아니라면 한복 나 안 입어. 안 입는다고.
 
입기 싫은 이유야 뭐 구구절절 말할 수 있겠지만 그게 뭐 중요하나.
그냥 입기 싫은 건데.
 
그렇게 먼저 의사를 밝혔음에도, 그리고 다 알고 계셨음에도 상견례에서 한복을 꼭 입었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시는 예비 시어머니의 말씀을 내가 곱게 받아 들었어야 했을까...
계약서를 쓰고 나온 이 상황에도 머리가 지끈거린다.
왜 고작 한복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가 곰곰이 생각해 봤는데,
 

  1. 내 의사를 미리 밝혔음에도 상견례 자리에서 내가 거절할 수 없도록 말씀하신 그 상황
  2. 확실하게 내 편이 되어주지 않은 예랑
  3. 고작 옷이기 때문에 나의 의견은 아무도 중요하게 생각해주지 않음

 
그러니까 내가 통제할 수 없는 상황이 만들어지면서 화가 한복으로 가게 된 게 아닐까 싶다.
아니 솔직히 결혼식에서 내가 온전히 통제할 수 있는 게 뭐가 있었다고 고작 한복까지, 입기 싫다는 것까지 내가 내 손으로 하게 만드냐 이 말이다.
 
부모님 섭섭하시더라도 배우자가 될 사람의 의견을 먼저 생각해 주길 바랐는데 애매모호한 태도를 취하는 건 정말....ㅎ ㅏ
부모님과 나 사이에서 균형 잡기 힘들었을 수 있지. 그래 그건 그럴 수 있어.
근데 진짜 섭섭한 점은 입기로 결정한 피팅날까지도 나한데 미안하다는 말 한 번을 안 하더라?
계약서 쓴 그날까지도 나 입고 싶지 않았다, 참고 넘어가준 거다라고 하니까 그제야 미안하다고, 네가 이제는 생각 바꿔 입겠다고 한 줄 알았다고.
아니, 생각을 바꿔서 입고 싶어서 입었든, 입고 싶지 않았는데 입었든 미리미리 그전부터 미안하다고 해야 하는 거 아닌가?
내가 그 한복 때문에 얼마나 스트레스받았는지 몇 번을 들었으면서.
 
끝까지 입기 싫다고 하지 결국 네가 입겠다고 했잖아라고 말하면 계약 파기하지 뭐.
다시 생각해도 짜증이 확 올라오네...
한복에 쌓인 화와 짜증은 아직까지도 풀리질 않아서 결혼식날 진짜 똥 씹은 얼굴로 한복 입고 서 있을 것 같은데...ㅋ
아니면 뭐 집에 두고 가버릴까.
 


 
내 기분과는 별개로 엄마 두 분의 한복은 예뻤다.
그냥 주는 대로 입겠다고 한 엄마도 뽀송하고 화사한 한복 입고 기분 좋아 보이셨고, 파란색 싫다고 하신 어머님도 세련된 파란색 한복이 잘 어울리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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