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jini daily life

미니멀 리스트를 향해

TureBest 2021. 10. 1. 11:22

나는 미니멀 리스트가 되고 싶은 맥시멈 리스트이다.

 

 

유행을 따라 옷을 사지는 않지만 사계절용 옷이 다 따로 있어야 했고, 마음에 드는 옷이 있으면 샀다.

샴푸, 컨디셔너와 같은 것들은 2~3개씩 준비해 놔야 마음이 놓였다.

가방도 비싼 명품 가방은 없지만 용도별로, 크기별로 있는 것이 당연하다 생각했다.

 

특히 신발은 좀 특별했다.

대학생 때는 용돈은 있었으나 풍족하지는 않았고, 무거운 전공책과 매일 아침 등산하는 기분을 느끼게 해 주는 학교 덕분에 운동화를 주로 신었다.

무엇보다 내게 어울리는 스타일과 취향을 잘 몰랐을 때라 신발에 대해 관심이 적었는데, 취업을 하고 나서 신발에 관심이 갔다.

나름 풍족해진 지갑의 사정과 필요에 의해 구두, 로퍼 등등이 신발장을 차지하기 시작했다.

기본이라는 까만 7cm 구두부터 클래식한 로퍼, 닥터 마틴 스타일의 부츠, 빨간 캔버스화, 러닝화 등등...

첫 월급으로 나에게 준 선물이 클래식한 로퍼였고, 그 로퍼는 아직까지 나의 신발장에 고이 모셔져 있다.

 

 

지금은 수입이 끊겼고 (슬프지만 내 선택이라 누구를 탓할 수가 없다...), 이사를 하게 되면서 짐을 줄이기 위해 많이 버렸다.

신발의 경우에는 위의 경우가 아닌 다른 이유로 많이 버릴 수밖에 없었다.

딱딱한 로퍼를 신고 무거운 서류와 노트북을 든 채 전국으로 외근을 다녔으니 발이 족저근막염으로 파업 선언을 했다.

구두, 높은 굽의 부츠, 얇고 예쁜 샌들 등은 포기할 수밖에....

 

많이 버리면서 깨닫게 된 것은 나에게 있어서 대부분의 쇼핑은 필요에 의한 것이 아니라 스트레스 해소를 위한 것이었다.

그리고 사용하지도 않으면서 왜 보관하고 있었을까 생각해 봤는데 그건 일종의 집착과 불안이었다.

스트레스 해소든 뭐든 간에 나의 시간과 돈으로 구매를 했고, 나의 취향이 반영되어 있는 이 물건이 사라지면 나의 시간도 함께 사라져 버릴까 봐.

 

이런저런 이유로 갖고 있던 물건을 많이 줄여서 부족하고 불편할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불편하지가 않다.

쇼핑을 줄이자고 다짐했던 초반에만 '구매하기' 버튼을 누르지 못해 힘들었지 막상 생활하는 데는 아무렇지도 않다.

안 입는 옷들에 대한 미안함이 없어졌고 사실 어떤 물건이 있었는지 기억도 잘 나지 않는다.

집착의 대상은 허상이었다.

 

아직까지는 미니멀 리스트가 되고 싶은 맥시멈 리스트라 여전히 버리지 못한 물건들이 많다.

'된' 이 아니라 '되고 싶은' 사람이라 공간을 확보한 것, 집착을 내려놓은 것, 필요한 물건을 알아보는 정도로 만족하고 더 이상 짐을 늘리지 않으려 한다.

 

 

728x90

'Jjini daily life'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마포구 데이트 / 하늘 공원 - 상수동  (0) 2021.10.19
광화문 / 블루보틀 6,600 원 커피...  (0) 2021.10.11
잠이 안 들어...  (0) 2021.10.06
마지막에 남는 것  (0) 2021.10.03
퇴사, 별 거 없는 이야기  (0) 2021.1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