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오랜만에 광화문에서 데이트를 했다.
만나기로 약속한 시간보다 일찍 도착해서 어디서 기다릴까 하다가 블루보틀에 갔다.
평소에는 제일 만만한 스타벅스에 가거나 서점에서 시간을 때우는데 오늘은 근처에 블루보틀 광화문점도 있고 카페라테도 마시고 싶어서 블루보틀 당첨.
오늘은 세 번째로 방문한 블루보틀인데 오랜만에 갔더니 가격대를 잊고 있었나 보다.
주문대에서 좀 당황했다.
아... 맞다. 여기 원래 좀 비쌌지...
카페라테가 6,100 원이고 오트밀 우유로 바꾸면 500 원 추가되니까 한 잔에 6,600 원이네...
심지어 원두도 변경해서 추가될 뻔했다.
시원시원하게 쭉 들이키고 싶었는데 가격이 가격이다 보니 조금씩 음미하며 마시게 되는 게 웃겼다.
약속이 있다거나 시간 때울 곳이 필요할 때 주로 스타벅스에 가는 편이다.
스타벅스 커피가 맛이 있다거나 브랜드가 좋아서 간다기보다는 어딜 가도 스타벅스는 있고, 콘센트가 있으며, 앉아서 노트북을 하던지, 책을 읽던지, 어떤 일을 하던지 신경 쓰지 않는 다들 바쁜 사무실+카페 같은 분위기가 편하고 만만해서 간다.
사실 맛은 별로고, 가격은 비싸다.
커피를 돈 주고 마시는 것이 아니라 공간을 돈 주고 사는 것이라고 봐야 한다.
그런데 블루보틀은 좀 다른 게 일단 자리가 불편하다.
작업하러 카페에 간다는 것이 블루보틀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적어도 나한데는...)
테이블과 의자는 있지만 콘센트가 없고, 잠깐 앉아있다 가야 하는 테이블이다.
대신 커피에 집중하는 듯한 구조이다.
한쪽 벽을 등지고 음료를 제조하는 스타벅스와 달리 블루보틀은 카페 중간, 사방이 오픈된 곳에서 음료 제조를 한다. (적어도 내가 가본 블루보틀에서는 그랬다.)
그러다 보니 블루보틀에서의 주인공은 사람이 아닌 커피가 된다.
비싼 가격에 자리까지 불편하고 중간에 음료 제조를 위한 공간도 차지하고 있으면 커피가 당연히 맛있어야지 맛없으면 혼나야 한다.
블루보틀 커피는 사실... 맛은 있다.
다행히 반전은 없다.
그래도 블루보틀의 단골이 될 수는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는데,
나는 커피 맛에 그렇게 까지 예민한 편도 아니고 (불평불만은 하지만...) 카페에 가는 보통의 이유는 공간이라 블루보틀의 가격이 좀 과하다 생각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뭐 그런데 이건 커피를 내세우는 블루보틀과 적당한 커피와 공간을 원하는 나의 니즈가 안 맞는 것뿐.
창문 자리에 앉아 카페라테를 맛보면서 이런저런 생각도 하고 지나가는 사람 구경도 하고 보니 기다리던 사람이 왔다.
다음에 정말 블루보틀 카페라테가 끌리면 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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