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jini daily life

마지막에 남는 것

TureBest 2021. 10. 3. 12:42

나는 지나간 것들에 대한 아쉬움, 집착, 미련 때문일지는 몰라도 무엇인가를 꼭 남기고 보관해 놓는 습관이 있다.

이를 테면 좋아했던 옷, 장난감, 기념품, 일기장, 지나간 년도의 달력, 편지, 어릴 때 받은 각종 상장들...

 

그런 것들이 쌓이고 쌓여 추억이 아니라 짐이 되기 시작할 때가 되면 한 번씩 정리할 기회가 생기는데,

바로 이사 또는 이동이다.

 

최근 퇴사와 이사로 인해 정리를 했다.

정리한 물건들 중에는 중국 출장 갔을 때 받은 다섯 동자 장식품, 업무 기록이 남겨진 회사에서 쓰던 다이어리 몇 권, USB에서 발견한 고등학생 때의 포트폴리오, 대학생 때의 발로 쓴 것 같은 과제들이 있다.  

이제 더 이상 보지도 않고 쓸데도 없는 파일들이라 삭제한 것들인데,

다섯 동자 장식품의 경우에는 그때 그 경험들이 나에게 너무 큰 영향을 줬고 이제 더 이상 장식품이라는 매개체가 없어도 괜찮겠다 생각되어 정리했다.

(이 사건에 대해서는 나중에 따로 기록해 볼까 한다.)

 

살아남은 최후의 물건들은 몇 년 간의 일기장, 남자친구가 군대 갔을 때 받은 편지, 사진, 증명서 정도이다.

증명서에는 3년 동안 직장생활을 하면서 남겨진 교육 증명서와 새로운 도전을 해 보겠다고 시작했던 해동검도 유단자 자격증이 있다.

언젠가 이 증명서들도 이제 놓아주자라는 생각으로 폐기하는 날이 올 수도 있지만, 아직까지는 내가 무엇인가를 했다는 증거로 갖고 있으려 한다.

 

많은 사람들이 나중에 남는 건 사진밖에 없다고 하는데 그 말에 정말 공감할 때가 많다.

이런저런 이유로 나의 흔적이 담긴 물건을 정리하다 보면 정말 소중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은 의외로 버려지고 마지막에 남는 것들은 정해져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아쉬움이든, 집착이든 간에 붙잡고 싶으면 붙잡고, 놓아줄 때가 오면 미련 없이 놓아줄 수 있는 것도 기회라고 생각해서 아마 당분간은 다시 여러 가지 물건들을 붙잡고 쌓아 둘 것 같다.

 

마지막인 기념으로 찍은 퇴근길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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