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만에 쓰는 결혼식 후기
결혼식 마치고 신혼여행 갔다 오고 정신없이 회사 복귀하고 나서 정신 차리니 벌써 한 달이 지나있다.
잊기 전에 기록해야지.
우리의 결혼식은 2024년 9월 29일 강동 루벨에서 치렀다.
27일 빡센 외근 + 28일 부부교실 듣고 29일 결혼식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미친 스케줄
나중에 부부교실도 후기를 쓸 예정
오전 7시 출발
웨딩카는 남편 차 류포티지.
아침 일찍 출발하기 전에 엄마 2분 한복과 우리 한복 싣고 커다란 흰색 드레스 덩어리 (=나)를 싣을 공간 만들어놓고 출발했다.
메이크업샵 가는 길에 날씨가 얼마나 좋던지 날씨 기록 사진 한 장 찍었다.
메이크업_티아라바이박은경
14시 식이라 8시 30분부터 메이크업샵 티아라바이박은경에서 준비를 시작했다.
후기 찾아봤을 때는 사람이 엄청 많았는데 먼저 온 한 커플과 우리 밖에 없었다.
사람이 너무 없어서 잘못 선택한 게 아닌가 조금 불안했는데 오히려 너무 번잡스럽지도 않았고 집중해서 해 주시는 것 같아 좋았다.
궁금해서 여쭤보니 사람이 너무 몰려서 예약을 조금 줄였다고 하셨다.
뭐랄까... 음.... 사실 처음에는 그냥 얼굴에 화장품 얹는 느낌이어서 이게 맞나 싶었다.
엄청난 양의 파운데이션이 올라가서 좀 놀랬음... ㅎ
3시간 동안 헤어와 메이크업을 하더니 평소와 다른 반짝거리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ㅋㅋㅋㅋㅋㅋ
스튜디오 사진을 안 찍어서 메이크업이 원래 이런 느낌인지는 알 수가 없었지만 결혼식 화장이 망쳐서 슬픈 신부는 아니었다.ㅋㅋㅋㅋ
메이크업샵에서 드레스 헬퍼 이모님도 만나고 부케도 받았다.
강동 루벨
사실 메이크업받는 중간부터 지쳤다.
하지만 결혼식 시작도 안 함ㅋ
루벨은 결혼식 1시간 30분 전부터 촬영이 가능해서 12시 30분에 도착해서 촬영을 했다.
결혼식 촬영은 마빈웨딩.
결혼 기념 스냅사진 때 우리 독사진이 없어서 독사진도 찍어달라고 말씀드렸다.
사진 찍은 장소는 루벨 옥상, 1층, 신부대기실, 마지막에 식 마치고 웨딩홀까지 다양하게 찍었다.
루벨이 옥상에서 사진을 찍을 수 있어서 기대했는데 날씨운이 다행히 좋아서 파란 하늘 배경으로 촬영을 할 수 있었다.
자 이제 시작이야
엄마, 아빠, (+언니, 동생)은 전날에 포항에서 서울로 올라와서 언니네 집에서 있으셔서 만나지 못했고, 우리가 강남에서 메이크업받고 있을 때 먼저 루벨에 도착해서 메이크업을 받고 계셨다.
우리는 도착하자마자 사진 찍느라고 정신이 없고 나의 경우 신부 대기실에 앉아(갇혀?) 있어서 전날 잘 잤는지, 메이크업이 잘 되었는지, 한복이 어떤지, 떨리는지(?) 등등 얘기할 시간이 아예 없었다.
결혼식은 너무 정신이 없어 얘기할 시간이 없으니까 미리미리 만나 뵙자. ㅠㅠ
부모님, 신랑은 밖에서 하객맞이 하고 나는 신부 대기실에 덩그러니...
밖은 웅성웅성거리는데, 내 손님들도 보이는 것 같은데 왜 다들 안 들어왘ㅋㅋㅋㅋㅋㅋㅋㅋㅋㅠㅠㅠㅠ
심심해.
중간중간 보이면 들어와라고 손짓해서 사진 찍고 갔다.
내가 하객으로 결혼식에 갔을 때 왜 신부들이 사진 찍고 가라고 손짓하고 반가워하는지 이해가 안 갔는데 이제 이해가 간다.ㅋㅋㅋㅋㅋㅋ
일단 손님들이 잘 안 들어오고, 그냥 와준 게 너무 감사한 마음이 크다.
나중에 들어보니 그냥 들어가기 부담스럽다고... 응??ㅋㅋㅋ;;
식 30분 전에 우황청심원 한 병 드링킹.
본식
평범하게 진행했다.
시부모님 입장, 부모님 입장, 남편 입장, 아빠랑 같이 나 입장.
결혼식을 보는 사람들은 입장하는 부모님들, 신랑, 신부를 보는데 유일하게 다 보지 못하는 사람은?
바로 신부다.
내 결혼식인데 나만 못 봐.ㅎ
커튼 사이로, 문 틈사이로 뒷모습만 보고 찍어준 사진으로 봤다.
남들이 찍어준 사진으로 이렇게 입장하셨구나, 이런 표정이었구나를 보는데 느낌이 뭔가 이상했다.
우황청심원을 마셔서 그런지 심장은 막 두근두근두근두근대는데 정신은 몽롱... 지겹...
입장하고 인사할 때도, 중간에 아빠랑 오빠가 인사할때 부케와 드레스 잡은 손을 바꿀 때도 멍... 해서 아무 생각이 안 나는데 해야 한다고 누가 옆에서 주입해 줘서 겨우 하는 로봇 같았다.ㅋㅋ
우황청심원 괜히 마셨나...
그래도 드레스 입고 단상 앞에서 마주 보고 선 순간, 사람들 앞에서 오빠가 편지를 읽어주는 이 순간을 평생 잊지 못하겠구나 싶었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축사 없고, 축가 없고, 부케 던지기 없고.
빨리 끝내고 마지막까지 사진을 찍었다.
나는 이때 다 끝난 줄 알고 긴장을 살짝 놓았는데 그러면 안 됐다.
손님들 다 가시고 남아서 결제할 때까지 정신 똑바로 차려야 하는데 그러질 못했다.
시간에 쫓기지도 않았고 큰 사고도 없었는데 한복 갈아입는 도중 갑자기 화난 엄마 등장.
빨리빨리 해야지 뭐 하는 거냐며;; 예? 잘하고 있는데 왜 서두르는 거야?
식 끝났으면 빨리 인사하러 와야지 뭐 하고 있냐고 (사진 찍었지...?) 머리 손질도 다 못했는데 끌려 나왔다.
게다가 재촉하는 엄마 따라 서둘러 내려가다가 한복 치마 밟고 계단에서 무릎 꿇은 자세로 넘어졌다.
다행히 하객들이 없는 곳이었고 한복이 완충 역할을 해 줘서 크게 다치진 않았지만 아직까지 발목 치료받는 중....ㅠㅠ
여기서 멘탈이 바사삭, 표정 바사삭.
그렇다고 연회장에서 순서에 잘 맞게 인사를 해주시느냐, 그것도 아니었다.
친척 어르신들 짧게 인사드리고 끝.
인사드렸으니 이제 알아서 하래.
그러고는 버스타고 포항 가셨다.
지금 생각해도 열받아......ㅂㄷㅂㄷ
그 이후에는 뭐... 시아버지 손에 이리저리 끌려다니고, 나는 짜증 나고, 표정관리 안되고, 혼주 식탁에 앉아있는 몇몇 사람들 거슬리고, 언니랑 싫은 소리 하고.
마무리가 좋진 않았다.
그래서 나중에 사진을 보면 한복 입은 사진은 건질 게 없다.
남기고 싶지도 않았다.
(내가 입고 싶지 않다고 했잖아...)
어쨌든 결혼식 끝
마지막이 찝찝하게 남았지만 어쨌든 겉으로는 무난하게 끝났다.
준비할 때는 직원들도 여러 명 도와주고, 헬퍼 이모님도 있고, 부케순이 맡아준 언니도 거들어주고 다 도와주는데 끝나고 나서는 아무도 없다.ㅎ
다 없고 둘이서 남은 짐들 옮겨야 한다.
허탈 그 자체.
누가 봐도 결혼식 끝낸 신랑 신부 모습으로 터덜터덜 걸어 나와서 짐 다 챙기고 워커힐로 갔다.
도착하자마자 메이크업 지우고, 헤어 풀고, 하객 명단 정리하고, 축의금 세고...
결혼식 뒷모습은 그렇게 낭만적이지 않아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
결혼식 결론 : 고생 후 워커힐에서 먹은 비싼 컵라면이 진짜 맛있었다.
결혼식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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