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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일도 없었다.

의대에 가고 싶어서 수능 공부를 하려고 회사를 뛰쳐나왔다. 그리고 반년만에 다시 회사로 돌아간다. 왜 다시 회사로 돌아가야 하는지 끊임없이 물었다. 나름 괜찮은 회사가 될 것 같고, 좋은 사람들인 것 같았으며, 그 안에서 성장할 내가 기대되었다. 실제 나에 대해 어떤 평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를 찾아주고 불러주는 게 고마웠다. 쉽게 오지 않을 기회였고 나는 욕심이 났다. 그런데 수능 공부를 지금 그만두면 후회 안 할 자신 있어? (후회하겠지 뭐...) 이렇게 쉽게 그만두려고? (안 쉬웠다...) 해보지도 않고 이렇게 도망치는 거야? 등등 스스로에게 실망하고 부끄러웠다. 그렇게 허무함과 실망으로 범벅되어 지냈던 것 같다. 결국 나는 눈앞에 당장 손 뻗으면 잡을 수 있는 기회를 잡기로 했고 수능 문제집을..

Jjini daily life 2022.03.18

백수의 삶

바쁜 삶을 사시는 대학생인 우리 동생님께서 도대체 백수 누나는 뭐하고 사는지 궁금해하시는데, 백수도 나름 바쁘다. 오전에는 느지막이 일어나서 아침 해 먹고, 청소기 돌리고, 바닥 닦고, 설거지 및 기타 집안일, 노트북 켜서 인디자인 한번 돌려주고, 오후에는 예비 수험생 모드로 강의 듣거나 공부한다. 저녁에는 퇴근하는 언니랑 먹을 저녁 준비하고 다시 조금의 공부. 글로 쓰면 이게 뭐가 바쁘지 싶지만 바쁘다. 하루 종일 일하고 바쁘다가도 일기 쓰려고 보면 한 줄이면 끝나는 것처럼 글로 쓰면 압축돼서 나타나는 것뿐. 시간은 착실하게 흘러가니까 뭐라도 하고 있겠지 라고 생각해주면 되겠다. 학교를 다니거나 회사를 다니면 (처음에는 자의이지만) 자의 조금, 타의 대부분으로 출퇴근 시간과 대부분의 시간 동안 해야 할..

Jjini daily life 2021.11.01

마포구 데이트 / 하늘 공원 - 상수동

이상한 10월 날씨... 하루 안에 햇빛 뜨거워서 덥다가, 구름 꼈다가, 추워지더니 비까지 왔다. 최근 갑자기 추워지기는 했지만 제일 놀기 좋은 가을 날씨를 그냥 보내버리기 아까워서 하늘 공원에 가기로 했다. 몇 년 만에 가보는 하늘공원인지... 점심은 상암동에 있는 '오한수우육면가'에서 우육면이랑 군만두를 먹었다. 12시라 직장인들이 굉장히 많아 웨이팅 후 들어갔다. 홍콩식 우육탕면이라면서...? 설렁탕인데...? 굉장히 속이 편한 홍콩식(..?) 설렁탕ㅋㅋㅋㅋ 군만두가 맛있었다.ㅎ 상암동에서 하늘공원까지 걸어갔는데 오르막길 경사가 심하지 않은 길로 가서 많이 힘들지는 않았다. (이때부터 서서히 체력 깎아먹기 시작...) 월요일이라 사람도 생각보다 많이 없고 날씨도 좋았다. 제대로 힐링ㅎㅎ 원래 계획은..

Jjini daily life 2021.10.19

광화문 / 블루보틀 6,600 원 커피...

오늘은 오랜만에 광화문에서 데이트를 했다. 만나기로 약속한 시간보다 일찍 도착해서 어디서 기다릴까 하다가 블루보틀에 갔다. 평소에는 제일 만만한 스타벅스에 가거나 서점에서 시간을 때우는데 오늘은 근처에 블루보틀 광화문점도 있고 카페라테도 마시고 싶어서 블루보틀 당첨. 오늘은 세 번째로 방문한 블루보틀인데 오랜만에 갔더니 가격대를 잊고 있었나 보다. 주문대에서 좀 당황했다. 아... 맞다. 여기 원래 좀 비쌌지... 카페라테가 6,100 원이고 오트밀 우유로 바꾸면 500 원 추가되니까 한 잔에 6,600 원이네... 심지어 원두도 변경해서 추가될 뻔했다. 시원시원하게 쭉 들이키고 싶었는데 가격이 가격이다 보니 조금씩 음미하며 마시게 되는 게 웃겼다. 약속이 있다거나 시간 때울 곳이 필요할 때 주로 스타벅..

Jjini daily life 2021.10.11

잠이 안 들어...

쏟아지는 잠을 이겨보려고 핸드폰을 붙잡고 새벽 한두 시까지 억지로 버티던 내가 있었는데, 이제는 어떻게든 잠들어 보려고 수면 유도 음악을 듣고 있는 밤이 많아졌다. 회사를 다닐 때는 다음날 아침이면 가야 하는 곳이 있으니까 내일을 위해 억지로라도 잠을 청했고, 낮이면 머리를 쓰고 몸을 움직이느라 하루의 에너지를 다 쓰게 되어 있었다. 다시 밤이 되면 내일을 위해서가 아니라 피곤해서 자야 했다. 늦잠을 사랑하는 나에게 퇴사란 늦잠을 마음껏 할 수 있는 기회였고 며칠간은 원 없이 오전 내내 잤다. 마음껏 자고 슬쩍 눈을 떴는데 시계는 12시라고 하지만 그래도 나는 할 일이 없는걸...?ㅎㅎ 며칠은 늦게 일어나도 죄책감 없는 기분 좋은 날을 보냈다. 며칠은... 문제는 아침이 아니라 밤에 생겼다. 늦게 일어나..

Jjini daily life 2021.10.06

마지막에 남는 것

나는 지나간 것들에 대한 아쉬움, 집착, 미련 때문일지는 몰라도 무엇인가를 꼭 남기고 보관해 놓는 습관이 있다. 이를 테면 좋아했던 옷, 장난감, 기념품, 일기장, 지나간 년도의 달력, 편지, 어릴 때 받은 각종 상장들... 그런 것들이 쌓이고 쌓여 추억이 아니라 짐이 되기 시작할 때가 되면 한 번씩 정리할 기회가 생기는데, 바로 이사 또는 이동이다. 최근 퇴사와 이사로 인해 정리를 했다. 정리한 물건들 중에는 중국 출장 갔을 때 받은 다섯 동자 장식품, 업무 기록이 남겨진 회사에서 쓰던 다이어리 몇 권, USB에서 발견한 고등학생 때의 포트폴리오, 대학생 때의 발로 쓴 것 같은 과제들이 있다. 이제 더 이상 보지도 않고 쓸데도 없는 파일들이라 삭제한 것들인데, 다섯 동자 장식품의 경우에는 그때 그 경험..

Jjini daily life 2021.10.03

미니멀 리스트를 향해

나는 미니멀 리스트가 되고 싶은 맥시멈 리스트이다. 유행을 따라 옷을 사지는 않지만 사계절용 옷이 다 따로 있어야 했고, 마음에 드는 옷이 있으면 샀다. 샴푸, 컨디셔너와 같은 것들은 2~3개씩 준비해 놔야 마음이 놓였다. 가방도 비싼 명품 가방은 없지만 용도별로, 크기별로 있는 것이 당연하다 생각했다. 특히 신발은 좀 특별했다. 대학생 때는 용돈은 있었으나 풍족하지는 않았고, 무거운 전공책과 매일 아침 등산하는 기분을 느끼게 해 주는 학교 덕분에 운동화를 주로 신었다. 무엇보다 내게 어울리는 스타일과 취향을 잘 몰랐을 때라 신발에 대해 관심이 적었는데, 취업을 하고 나서 신발에 관심이 갔다. 나름 풍족해진 지갑의 사정과 필요에 의해 구두, 로퍼 등등이 신발장을 차지하기 시작했다. 기본이라는 까만 7cm..

Jjini daily life 2021.10.01

퇴사, 별 거 없는 이야기

퇴사를 했다. 2018년 6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3년 4개월의 직상 생활을 마무리했다. 퇴사 이유를 말하자면 정말 별 거 없었다. 일하기가 싫었다. 이런저런 이유를 댈 수 있었다. 회사의 비전, 분위기, 부서의 역할, 업무 비중, 인간관계 등등... 모든 이유가 조금씩 조금씩 쌓여 사직서를 쓰게 되었지만, 결정적인 이유는 '이 일은 나에게 의미가 없고, 따라서 하기가 싫다.' 였다. 나름 의료 기기다 보니 익혀야 하는 것들은 전문 지식 비슷한데, 정작 처리하는 것들은 전국 각지에서 오는 이상한 문의, 컴플레인, 짜증. (나한데 짜증을 왜 내?) 회사 자료 제작, 관리, 행사 일정 및 규정 확인, 시스템 관리 등 나는 늘 바빴는데 돌아오는 말은 '그런 업무는 다른 회사에서는 고졸자 한 명 뽑아서 관..

Jjini daily life 2021.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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